"남자만 축구하냐"…'골 때리는 여자'들 늘었다

입력 2022-09-12 17:45   수정 2022-09-13 00:19

덕성여고에 다니는 김유진 양(17)은 2주에 한 번 토요일 아침마다 3시간씩 축구 훈련을 한다. 지난주엔 측면 미드필더가 필드 중앙으로 공을 올리면, 중앙 스트라이커가 골대로 슈팅하는 공격 루틴을 연습했다. 입시나 진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재밌어서 참여하는 경기다. 서울 종로구 집에서 훈련 장소인 영등포구 관악고까지 버스로 1시간 넘게 걸리지만 전혀 수고롭지 않다. 뜻 맞는 여학생 11명이 모여 축구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중·고생부터 직장인까지 여성들 사이에서 축구가 새로운 취미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축구는 주로 ‘남성 스포츠’로 인식돼 왔다. 학창 시절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발야구가 당연한 도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중·고교에서 김양처럼 축구하는 여학생이 늘고 있다.

유진양과 함께 관악구에서 공을 차는 28명의 여고생은 서울교육청의 도움으로 팀을 꾸렸다. 교육청은 지난해 2학기부터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 ‘공차소서’라는 이름으로 여학생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여중생 56명, 여고생 184명이 서울 전역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다. 지난해 중학생 축구로 시작한 뒤 관심이 높아지자 교육청은 올해부터 고등학생 팀도 꾸리고, 야구 종목을 추가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건강과 재미에 더해 동료와 협력하고 교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공차소서 고등1권역 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관악고 체육교사 전소올 씨는 “축구는 혼자서는 절대 못 하는 운동”이라며 “여학생들이 친구와 협력해 승리하고 함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축구를 초심자에 맞게 변형시킨 ‘풋살’을 뛰는 2030 직장인 여성도 늘고 있다. 직장인 여성 백모씨(28)는 지난해 12월부터 13명의 친구들을 모아 풋살 게임을 한다. 전문 코치를 초빙해 스텝, 드리블, 트래핑 등 기술을 배우고 다른 여성 팀과 경기도 뛴다. 백씨는 “학창 시절 여학생들은 공을 피하기만 했는데, 우리도 팀 스포츠를 하며 단합력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풋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여대생 클럽 리그인 우플(WUFL)을 창설했다.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연중 리그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4월 개막해 지난 4일 6라운드까지 경기를 마쳤다. 제1회 리그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16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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